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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버터'의 24시] 펫택시 타고 탄산 스파 받고…오늘 내 초상화 나온대요
PETMOM 조회수:341 121.66.237.70
2016-06-10 15:44:26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수가 지난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반려동물 선진국 일본이나 미국처럼 관련 산업과 서비스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는 추세다. 호텔, 미용실뿐 아니라 전용 유치원과 전용 택시까지 등장했다. 반려견 산업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키우는 반려견 ‘버터’와 함께 하루 동안 눈에 띄는 신상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오전 7:00
태어난 지 4개월 된 시바견(일본이 원산지인 충직하고 온순한 성향의 견종) 버터가 침대 머리맡에서 나를 깨웠다. 졸린 눈을 비비며 버터가 사료를 먹는 작은 방으로 가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디자인한 향초 ‘포 포스’를 켰다. 방에 밴 동물 체취를 제거하고 강아지 분리 불안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향초다.

회전형 자동 급식기에는 캐나다산 유기농 사료 ‘나우’를 50g씩 세 군데로 나눠 채웠다. 동물병원 처방에 따르면 버터는 키와 몸무게를 고려해 하루 150g씩 먹는 게 적당하다. 이걸 하루 세 번에 나눠 먹도록 급식기에 넣어두면 출근 후에도 버터가 굶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이머를 세팅할 수 있고 급식판을 분리해서 세척하는 형태라 위생적이다.

오전 9:00
헬스장에 갈 준비를 마칠 때쯤 벨이 울렸다. 운동량이 부족한 버터를 도와줄 도그워커(Dog Walker)가 버터와 반갑게 인사했다. 반려동물의 산책과 운동을 책임지는 도그워커는 반려견의 일상생활을 돌봐주는 펫시터와는 조금 다르다. 전문 자격증을 갖춘 관리자가 산책 코스와 장난감 종류를 세세하게 상의해 1~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산책만 시켜준다. 시간당 3만원 정도지만 무료로 픽업하러 와주고 다시 데려다준다. 활동 내용과 GPS 위치 정보, 사진까지 찍어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전 11:00
서울숲에서 산책을 끝낸 도그워커를 만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서울숲 진입로에 새로 생긴 컨테이너 형태의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의 애견숍 ‘두들샵’에서 버터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과 수제 간식을 샀다.

가게를 나오니 전화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한 펫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변 패드와 담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까지 장착한 강아지 전용 택시다. 택시 회사마다 서비스는 조금씩 다르다. 멀미를 많이 하는 강아지를 위해 아로마테라피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도 있다. 기사는 “조만간 펫우버나 카카오펫블랙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자신도 반려견을 키운다는 이 기사는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며 “매번 새로운 반려견을 만나는 일이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 펫택시 전문 운전사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1:00
버터와 함께 역삼동 애견 전용 유치원 ‘퍼피스쿨’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배변 훈련, 반려인과 함께 걷는 법, 짖는 행위 컨트롤 하는 법 등 기본 예절 교육을 받는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는 사회화 교육도 수업에 포함되어 있다.

평일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약 5시간 정도다. 예절 교육과 사회화 교육 말고도 식사, 낮잠 등 일반 어린이 유치원과 똑같은 커리큘럼이 포함돼 있다. 등·하원 시간이 되면 전용 스쿨버스가 집 앞까지 찾아간다. 퍼피스쿨 전지욱 원장은 이 사업을 2006년부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반려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종일 혼자 있는 반려견을 위해 유치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처음에는 사치스럽다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는 걸 인지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후 3:00
버터를 데리러 다시 유치원으로 이동했다. 담임선생님이 건네준 버터의 유치원 가방에는 알림장이 들어 있다. 알림장을 펼치니 담임 선생님이 손글씨로 쓴 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몬드같이 예쁜 눈을 가진 버터는 아직 모든 게 신기하고 궁금해요. 호기심이 많아서 친구들도 잘 따라다니고 장난감 냄새 맡는 것도 좋아하지요. 수줍은 듯하면서도 외향적이라 친구들과 싸우거나 짖지 않고 금세 어울려서 노는 기특한 아이예요. 집에서 벌써 배변 훈련을 끝냈는지 실수도 하지 않았어요. 활동량은 많았지만 물이나 사료는 거의 먹지 않았어요. 집에 가면 폭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서 지켜봐 주세요. 잘 다녀왔는지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오후4:00
지난주 너무 바빠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버터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한남동강아지’의 스파 서비스다. 고급 온천수를 사용하고 아로마 입욕 스파, 버블 스파, 탄산 스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버터는 ‘연예인 세안제’로 유명한 탄산수를 활용한 탄산 스파를 좋아한다.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모공을 관리하는 데 효과가 있고, 약산성 물이라 악취를 없애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도 효능이 있다.

닥터멍동물병원 이세나 대표는 “평일에는 거의 떨어져 지내고 산책을 자주 시켜주지 못하는 반려인이 미안한 마음에서 이런 고급 서비스를 시켜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후 6:00
덥고 지친 상태로 집에 도착한 버터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거실 한쪽에 있는 쿨매트에 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이 쿨매트는 천연 맥반석으로 만들어 음이온이 방출되는 강아지 전용 매트다. 여름에 더위를 많이 타는 강아지를 위한 것이다. 요즘은 자작나무나 타일로 만들어 통풍이 잘되는 수입산 쿨매트도 인기가 많다.

오후 7:00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경기도 안산의 동물 초상화 전문 김연석 작가가 지난주 의뢰한 버터의 초상화 초안이 완성됐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김 작가는 그림에 깊이와 입체감이 있는 유화로 초상화를 그린다. 반려견을 직접 관찰하거나 의뢰인이 보내준 사진을 참고해 스케치한 뒤 1~3차에 걸쳐 덧그림 작업을 한다. 엽서 사이즈부터 1~10호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골라 원하는 배경 색상이나 작품에 담을 포즈를 상의하면 된다.

오후10:00
‘키친앤더도그’의 수제 간식 캔 하나를 꺼내줬다. 쇠고기, 닭고기, 채소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털이 빽빽하게 이중으로 자라는 버터의 모질 관리를 위해 주로 연어 캔을 먹인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먹이면 털이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돈다.

오후 11:00
컴퓨터를 켜고 반려견 전용 수제 맞춤옷 브랜드 ‘시크독’의 유수경 디자이너에게 온 e메일을 확인했다. 유 디자이너는 아토피가 있는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직접 옷을 만들다가 시크독을 시작했다. 그는 “같은 종이라도 팔과 다리 길이, 목선과 목둘레까지 천차만별이라 반려견이 편안하게 느끼려면 체형에 맞는 옷을 입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와 패턴, 실의 종류까지 직접 다 고를 수 있다.

e메일 확인 후에는 오는 주말 버터와 함께 떠날 여행지를 검색했다. 반려동물 전문지 ‘라이프앤도그’의 박소란 기자는 “요즘은 렌트하우스부터 놀이터, 글램핑 공간까지 반려견 전용 체험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목줄 없이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는 동작구 보라매공원부터 텐트 주변에 울타리를 쳐주는 경기도 양주의 애견 글램핑 공간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얼마후 15년간 강아지를 키웠던 친구로부터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혹시라도 강아지가 관절염이나 디스크 같은 질환으로 아프면 한방 동물병원에 가라”는 내용이었다. 한약을 처방해주고 침과 뜸도 시술한다. 수술보다 무리가 가지 않고 실제로 해외에는 효과 본 사례가 많아서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애용하는 치료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로 홍콩에는 반려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진 한의사가 많다.

그날 밤 침대 아래 전용 방석 위에서 버터는 잠이 들었다. 하루 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느라 피곤한 듯했다.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이 많아 좋은 하루였다. 그런 서비스들이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생활에 활력을 더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서비스가 없다고 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건 절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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